초일류의 제조기업은 시간개념의 혁신에서부터 출발
초일류기업의 공통점
시대를 가리지 않고 물 흐르듯이 발전을 추구하는 회사는 드물다. 그러나 거대한 몸집의 유지와 세계화를 동시에 달성해야만 살아남는 어려운 조건을 가진 기업 가운데에도 남다른 독특한 의식개혁으로 번창하는 기업이 있다. 일본 자동차회사의 대표 격인 혼다와 도요타가 그 기업들이다. 창업자들의 카리스마가 흥건히 괴어있는 회사들로서 각자 독특한 기업문화를 지니고 발전해 왔지만 두 기업 내부에는 확연한 공통점이 있다. 시간사용에 대한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시간은 유한한 것이라도 그 사용방법은 무한하다는 철학을 기초로 하는 기업들이다. 혼다는 시간의 혁신개념을 주로 개발스피드나 생산방법에 깊숙이 활용하고, 도요타는 제조활동 전체에 걸쳐 활용함으로써 두 기업 모두가 경쟁기업들을 앞지르고 있다. 혼다의 시간개념혁신은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 회장의 엔지니어 정신으로부터 출발했고 도요타는 창업자의 JUST IN TIME사상과 현장일선의 자발적 개선활동이 합쳐짐으로써 성립되었다. 시간사용에 대한 혁신개념의 역사는 두 기업 모두 수십 년을 넘는다.
혼다자동차의 시간개념 혁신
혼다 회장 본인이 엔지니어 출신인 관계로 주로 생산이나 개발단계에서 시간사용의 개념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생산성에 관한 기준을 잡을 때도 가장 빠른 공정을 기준으로 삼아 각 공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기계의 최고스피드를 끌어내는데 주력했다. 가장 느린 공정을 기준으로 생산성을 잡고 서서히 시간을 단축시켜나가는 일반기업에서의 관리방법과는 정반대의 방법을 구사한 것이다. 흔히 계획부문이나 현장에서는 최고스피드로 가공하면 품질에 문제가 발생한다든지 기계에 과부하가 걸려 기계의 수명을 해친다든지 등의 무슨 이유든지 붙여 각 공정의 최단시간작업을 저해하고 안이한 방향으로만 고집한다. 그러나 혼다의 생각에 시간이란 최고의 귀중품이기에 각 공정의 단축을 방해하는 과제에 정면으로 맞서버렸다. 최고속도로 가공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오히려 그 기계의 약점을 알 수 있어서 개조하기가 쉬워진다는 개념이다. 기계라는 것은 구입한 이후로는 회사의 자산이므로 망가져도 좋다고 하면서 메이커의 안전율이 감안된 카탈로그 사양을 신용하지 말도록 하고 항상 최고스피드로 가공하기를 원했다. 물건만들기의 속도가 바로 돈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절삭공정에서는 기계가 가동하는 가동율 보다는 절삭하는 시간만을 중요시하는 절삭율을 강조했다. 시간의 무의식적인 반복적 사용도 허락하지 않았다. 가공장비나 공구를 재제작할 때는 반드시 개선 포인트를 넣어 이전보다 시간 값이 더 적은 결과가 나오도록 방침을 세운 것이다. 최고의 스피드를 추구해 공정 간의 균형을 깨는 것을 재미로 삼았다. 그래야 다른 공정의 혁신이 일어나 새로운 진보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짧은 공정으로 짧은 시간에 물건만들기가 가능하려면 생산기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시간을 혹사시키는 분야라고 정의를 내린 것이다. 시간개념의 혁신이 결국 혼다자동차의 사풍이 되어 모든 사원들이 일에 대해 갖는 감정은 어떤 어려움과 곤란함이 있어도 스스로 도전한다는 생각뿐이다.
도요타자동차의 시간개념 혁신
도요타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JUST IN TIME사상은 말 그대로 시간개념을 기본 축으로 삼는다. 앞 공정에서 사용한 시간을 후속공정에서 바로 살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상이다. 시간사용방법의 차이가 물건만들기의 실력 차이를 가늠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상을 갖추려면 우선 시간의 성격과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간이란 자를 수 있는 것이어서 잘게 자르는 것이 자유롭다고 보는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시간과 친구사이가 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는 시간 속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시간과 유용하지 못한 시간의 구별은 매우 어렵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와 같은 시간의 사용방법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진정한 혁신의 길이라고 믿었다. 시간에 대해 단순히 길고 짧은 느낌이나 많고 적음의 의식보다는 시간의 밀도와 질을 중시하는 철학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있지만 그 배후에는 항상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도요타 사원들은 인식한다. 즉, 사람에 의한 동작의 결정품이 제품이나 부품이 되는 것이어서 결국 동작의 배후에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시간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낭비가 없는 다양한 동작으로 다품종 소량이라는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의 활용이 제조현장에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 시간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의식의 정도와 시간활용도에 따라 노동의 가치도 결정된다고 믿었다. 다양한 욕구와 신속한 스피드를 요구하는 고객에 대응하려면 시간엄수와 그리고 시작과 종료가 분명한 시간질서의 유지뿐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점차 진화해 나가는 시간의식의 사고방식이 필요했던 것이다. 공정시간을 설계하는 데에 있어서도 혼다와 동일한 개념으로 가장 빠른 사람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공정들의 문제를 항상 드러낼 수 있도록 한다. 불필요한 여유를 차단하는 적극적 사고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단순히 시간을 부여하는 방법의 차이만으로도 원하는 결과의 형태로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사고를 말한다. 시간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 곧 제품이나 부품의 흐름을 제어한다는 원리다.
도요타생산시스템 7대 낭비의 시간적 재해석
우리가 알고 있는 도요타의 7대 낭비는 과잉생산, 대기, 운반, 가공, 재고, 동작, 불량의 낭비로 분류된다. 이 일곱 가지를 시간개념으로 재해석한다면, 과잉생산과 재고는 앞 공정에서 사용한 시간을 후속공정이 살리지 못한 경우가 될 것이고, 운반이나 가공 및 동작의 낭비는 순서적으로 작업했다고 하지만 물건의 완성방향이 아닌 방향으로 작업했을 경우의 낭비고, 대기의 낭비는 돈을 들여 인력의 노동시간을 투입했지만 실제로 돈이 되는 동작은 하지 않은 낭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시간을 낭비 없이 사용해서 시간을 살린다는 도요타의 근본적 정신이고 시간의 양적 가치향상에서 질적 향상을 꾀하는 시간사용방법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이런 사고와 실천행동의 결과가 곧 현재의 도요타자동차다.
(현대오토넷 사보 2003년 5월호 게재한 본인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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