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6일 금요일

서가에 꽂혀있는 도요타 신화를 던져버려라

서가에 꽂혀있는 도요타 신화를 던져버려라
토요타의 어둠, 마이뉴스재팬 지음ㆍJPNews 옮김ㆍ창해 펴냄
일본 젊은 기자 4명이 도요타직원 200명 직접 만나 내부의 모순 파헤쳐
`효율성 악령`月144시간 잔업 비판 못하는 작은 북한같아 엄청난 광고비로 이미지 관리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도요타자동차의 몰락을 점칠 수 있었을까.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 1위를 자랑하던 이 회사는 금융위기 영향에도 끄떡하지 않았고, JIT(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수요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등 생산 시스템은 경영관리 분야의 바이블로 군림했다. 이 때문에 최근 거세지고 있는 도요타자동차 리콜 파문을 미국 등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하지만 최근 번역ㆍ출간된 `토요타의 어둠`을 읽으면 생각이 상당히 바뀔 듯하다. `마이뉴스재팬(MyNewsJapan)`이라는 일본의 독립 인터넷신문이 2007년에 내놓은 이 책에는 도요타의 내부 모순이 자세히 파헤쳐져 있다. 대량 리콜 사태의 원인이 됐던 가속페달 결함 문제도 나온다. 지금의 문제가 하루 이틀 만에 생긴 일이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4명의 젊은 기자들이 3년 동안 도요타 직원 200명 이상을 만난 후 꺼낸 실태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열악한 근무 환경에 복종을 강요하는 시스템 경직성, 해외에서 가차 없는 해고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얘기가 많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
책이 제시하는 도요타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는 `효율성의 악령`이다. 지나친 효율 우선주의가 근본적인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피로감만 올라 품질 저하까지 가져오지만 아무도 지적하지 못한다. 외부에서 비판도 없고, 사내의 사상 통제가 너무 강해 노동조합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인터뷰 도중에 만난 직원들은 "지금이 좋아. 이만큼 안정적인 곳이 어딨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저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아무도 위험하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바나나 껍질을 향해 걸어가는 상황`. "작은 북한 같다"는 증언까지 등장한다.

월 144시간에 이르는 잔업에 시달리다 과로사한 우치노 겐이치 씨(당시 30세)가 단적인 사례일 것 같다. 회사가 외부에 효율적이라고 자랑했던 제도들은 그에겐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만든다`는 시스템 때문에 휴일을 제대로 쉰 적이 없었다. 창의적 아이디어 제안, 직장위원회 회의, 교통안전 봉사 등 과외 활동은 거꾸로 `제2업무`로 돌아와 스트레스를 줬다. 하지만 우치노 씨의 산업재해는 회사에서도, 노동관서에서도 인정되지 못했다. 그의 부인은 5년째 재판 중이다.

효율성의 악령은 도요타자동차에 치명적인 기술 결함까지 불러왔다. 일본 국토교통성 통계에 따르면 2001~2005년 일본에서 리콜된 도요타자동차는 모두 525만대로 단연 1위다. 특히 2004년에는 판매 자동차 약 173만대에 리콜은 약 188만대, 2005년에는 판매 약 170만대에 리콜은 약 188만대로, 2년 연속 판매한 차량보다 리콜한 차량이 많았다. 저자들은 "약간 무리는 있지만 결함률이 거의 99%인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리콜 공화국으로 불러도 손색없다"고 꼬집는다. 최고 성능을 내세운 기존 이미지와는 천양지차다.

그렇다면 `문제 덩어리` 도요타가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소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들은 이에 대한 힌트로 일본 유가증권 보고서에 나오는 광고비 자료를 제시한다. 도요타의 2007년 광고비는 1054억엔으로 2위인 마쓰시타(831억엔)를 압도한다. 특히 해외 자회사 등 관련 기업 광고비까지 합치면 4511억엔이 돼 마쓰시타의 5배에 이른다. 즉 엄청난 광고비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도록 언로를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가장 가슴 서늘한 부분은 "도요타가 바뀌어야 일본이 바뀐다"는 저자들의 마지막 일갈이다. 우리나라도 과연 `도요타의 덫`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도낏자루는 신선놀음에 한순간에 뭉그러질 수 있다. 도요타 사례를 거울 삼아 지금이라도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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