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5일 목요일

"한국, 더 이상 변방국 아니다"-FT

"한국, 더 이상 변방국 아니다"-FT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그 동안 한국경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칼럼에서 모처럼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올림픽 신기록 달성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 이 칼럼은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활약과 한국 정부의 발 빠른 경기침체 대응 등을 소개했다.

우선 FT는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 도전이 더욱 긴장감 넘치는 이유는 바로 김연아의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 선수가 숙적 일본 출신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오랜 세월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에 밀려 스스로를 변방국으로 여겨온 한국이 국제 스포츠 대회에 열광하는 것은 보상심리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FT는 그러나 설사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다하더라도 한국인들은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는 인구가 한국의 12배에 달하는 인도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수출량은 이미 영국을 뛰어넘은 경제 대국이라는 것.

아울러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곤층이 사용하는 ‘소니 대체제’ 쯤으로 여겨지던 삼성 제품은 지난해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기술업체로 도약했다는 사실도 FT는 소개했다. 올해 삼성은 일본기업 상위 15개 전자회사가 벌어들인 돈을 몽땅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혼자서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등 선진국들은 여전히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위기 전 수준을 일찌감치 회복했다. 올해 한국 경제는 4.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군다나 한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2%로, 요즘과 같은 재정위기의 시대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또한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나라이기도 하다고 FT는 덧붙였다.

특히 FT는 한국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신속하게 추진한 150억달러의 자본확충자금 지원과 9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왑이 경제회복을 도왔다는 것. 해외 전문가들이 우려하던 은행 위기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미국과 프랑스, 일본 경쟁자들을 제치고 아랍 에미리트에서 200억달러 규모 원전 수주 계약을 따냈다는 점도 한국이 올린 승전보 가운데 하나다. 이 밖에도 FT는 도요타와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차의 활약, 제조제품 수출 증가 등도 한국 경제의 활약상으로 소개했다.

아울러 일본과 중국의 대미 관계가 껄끄러운 데 반해 한국은 미국의 새로운 ‘베스트 프렌드’로 떠올랐고, 이 때문에 당당히 주요20개국(G20) 회의 의장국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FT는 그러나 한국 경제가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지적하고, 서비스 산업의 부진과 고용시장의 유연성 부족 등을 극복해야할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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