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2일 월요일

(도요타 사태 한달) 벼랑 끝 도요타..왜?

(도요타 사태 한달) 벼랑 끝 도요타..왜?

 

작년 8월 렉석스 폭발사고..안이한 대처속 1월 대량리콜로 번져


1000만대 이상의 대량 리콜로 `품질의 도요타`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탁월한 내구성과 높은 생산성으로 성공했던 도요타가 지난 1월 미국에서 리콜과 함께 사상 초유의 생산과 판매 중단이라는 사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읽어버린 칸이젠 정신·과도한 확장경영 등 곳곳서 문제노출


게다가 안정성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다 줄소송까지 이어지면서 도요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사실 자동차업계에서 리콜이 드문 사례가 아님에도 도요타 파문이 불붙듯 번지면서 일각에서는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지불식간 도요타가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렉서스 폭발 사고가 불씨

▲ 렉서스 급가속으로 발생한 사고현장(출처=vnnforum.com)

견고한 듯 보였던 도요타의 품질 신화가 모래성이 된 것은 한 순간이었다.

작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렉서스350이 시속 180㎞로 주행하던 중 도로를 벗어나 폭발하면서 운전자와 가족 등 탑승자 4명이 전원 사망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 사고의 원인이 운전자석의 플로어매트가 가속페달을 압박하면서 급가속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도요타는 9월 회사 역사상 최대이자 미국에서 6번째로 큰 리콜을 단행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요타 북미 공장에 납품하는 미국 CTS사의 가속페달에서 페달이 작동시 원위치로 복원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 것.

이에 도요타는 지난달 가속페달과 관련해 리콜을 결정했고 이와 관련해 미국내 생산과 판매까지 일시적으로 중단하게 됐다.

◇ 잃어버린 `카이젠 정신`..과도한 확장경영

도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변질된 카이젠 정신이 꼽히고 있다. 하나하나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중시하는 독자적인 경영방식을 의미하는 공정개량작업인 `카이젠(개선)`은 도요타 힘의 근원이었다.

카이젠과 관련한 도요다 에이지 전 사장의 일화는 유명하다. 1950년 봄 자동차 생산을 담당하던 에이지는 당시 세계 산업계를 지배했던 포드 생산방식을 직접 보고 배우기 위해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포드사의 로그 공장을 방문했으나 견학 후 그는 "배울게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

거대한 생산시스템 하에서 직원을 부품처럼 다루던 포드의 방식보다는 직원의 능력과 개성을 강조해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도요타를 경영했다.

덕분에 도요타자동차는 품질의 대명사가 됐고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업계에서도 도요타 경영방식 배우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확장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1990년대 들어 지속된 높은 판매량과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로 경영이 방만해지기 시작했고 과도한 원가절감과 해외생산 거점 확대로 카이젠 정신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도요타는 미국에서 인기가 높고 마진도 높은 트럭, 렉서스 차종들의 판매에 집중했고 판매량 확대를 위해 미국 텍사스주와 미시시피주 등 대규모 신규공장들을 착공했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확장에 나서면서 통제범위를 벗어나게 됐고 결국 품질관리에 구멍이 뚫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창업주 도요다 기이치로의 손자인 도요다 아키오가 사장으로 취임해 `제품경영`으로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 도요타 가문 승계 구도와 경영 변천사(자료=포스코경영연구소)


강민형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도요타는 지속된 엔고와 무역마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해외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면서 "해외 공장의 급격한 확장으로 본사의 생산시스템이 완벽하게 전수되지 않아 품질관리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 생산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가운데 극한의 원가절감을 위해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아웃소싱을 늘리면서 품질 문제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 은폐 의혹이 기름부어

미국에서 도요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차량 결함 은폐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속페달 품질에 대한 의심은 지난 2006년부터 불거졌다. 당시 일본 구마모토현 경찰은 도요타의 조향장치 품질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한 바 있지만 도요타는 인정하지 않았었다.

2007년 툰드라 트럭의 페달 접수가 있음을 인정했고 2008년에는 유럽에서도 동일한 고객불만이 있음을 밝혔지만 여전히 품질과 관련해서는 부인했다. 지난해 3월 동일한 문제가 지속되자 부품재질만 교환했을 뿐 여전히 리콜에 나서진 않았다.

이후 렉서스 사고가 발생하고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후에야 리콜에 나섰다는 점에서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도요타가 차량의 문제점을 언제 알았는지부터 가속페달 문제로 인해 지출한 보증 수리비 명세 등 차량 결함 은폐 여부에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내 최대 자동차보험사인 `스테이트 팜`은 6년 전인 2004년 2월에 미 교통당국에 도요타 차량의 결함에 대해 통보했다고 밝혀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스테이트 팜은 2007년말에도 도요타 차량 결함과 관련 사항을 통보했었다.

 

▲ 도요타 차량 리콜 관련 주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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