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5일 금요일

도요타 사태, 공급망관리 전략 재검토하라

도요타 사태, 공급망관리 전략 재검토하라
품질과 무재고 원칙에 빠져 도요타가 보지 못한 것은?
2010년 02월 05일 (금) 14:04:48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도요타가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를 맞으면서 도요타를 역할 모델로 삼아 왔던 국내 제조기업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도요타는 결함의 원인이 전자제어SW에 있다고 밝혔으나 이번 리콜 사태로 도요타 제품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음은 물론, 이번 사고와 관련된 고객 불만이 훨씬 이전부터 제기됐고 또 내부 문건으로도 보고됐으나 경영진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점 등이 밝혀지면서 도요타의 추락에는 끝이 없다.

특히 도요타는 △생산성 △원가 △품질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SCM 전략으로 제조업계 SCM의 벤치마킹 1위였기에 이번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관리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도요타 공급망관리 전략의 허점을 꿰뚫어본 국내 대기업들은 도요타의 몰락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한다.

◇도요타를 ‘추락’하게 한 3가지 경쟁력=‘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 생산해낸다’는 도요타의 적시생산방식(JIT)은 무재고 생산을 추구하는 제조기업들의 역할 모델이었다. 너도나도 도요타를 배우러 주저없이 일본행 비행기를 탔고, 도요타가 창시한 JIT는 어느새 제조업계 일반명사가 됐다.

하지만 2007년 니카타현 지진으로 부품업체들의 부품 생산이 끊기자 ‘재고가 없던’ 도요타가 10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보는 등 기하학적 손실을 입었다. 이듬해에는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북미 시장 지배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급기야 도요타 북미 공장의 재고일수가 90일 수준으로 치달아 연말연시에 10일 이상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결국 올초 들어서는 사상 최악의 리콜 사태를 맞아 품질에 대한 자존심마저 구겼다. 지나친 원가절감이 가져온 결과라고 머리를 숙였고, 결함을 알고 있으면서도 대처하지 않았다는 오명까지 벗을 수 없게 됐다.

원가절감과 동시에 SCM 효율화 전략으로서 공용부품을 늘렸던 도요타는 한 부재를 다양한 차종에 적용한 덕분에 많은 차량을 리콜해야 한다. 또 가격을 깎느라 협력사의 품질관리는 돌보지 못했던 것이 화살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 주는 교훈=도요타 사태로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SCM 전략에서도 창의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대기업들이 현 SCM의 빈 자리를 메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도요타 사태의 근본 원인이 외부(Outbound) SCM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요타가 생산성과 품질을 챙기는 내부 SCM 역량은 매우 뛰어났지만 시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수요에 판매와 생산이 함께 유연하게 대응하는 외부 SCM 역량의 한계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즉, 공급망관리에서 고객(시장)-도요타-협력사의 순환 구조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고객 의견을 수용해 공급망에 반영하는 전략 부재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SCM 벤치마킹차 도요타를 방문했던 국내 대기업 S社의 한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는 “생산역량이 매우 뛰어났지만, 이 때문에 생산역량에만 치우쳐 판매부문과 생산부문간 소통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더라”며 “이러한 이격 현상이 변화하는 해외 시장의 다양한 요구와 불만에 대응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아웃바운드 SCM의 부재는 속도 중심의 공급망 전략을 펼쳐온 국내 제조기업들도 빠질 수 있는 위험이다.

국내 제조기업들의 공급망관리 경쟁력은 속도에 있다. 하지만 속도 위주의 공급망은 제2의 도요타 사태를 낳을 수 있다. 미국 소재 대학의 한 SCM 석학은 국내 기업들을 방문한 후 “한국의 기업들은 속도는 빠르지만 특색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며칠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소니는 트랜지스터라디오나 워크맨 등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통해 성장했지만, 삼성전자는 잘 단련된 생산과 추격능력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제는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에서 혁신 주도자(Leading Innovator)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점일 때 변화가 필요하다. 델이 무재고 조립을 지향하는 MTO(Make to Order) 방식으로, 노키아가 공용 부품을 통한 플랫폼을 강화한 ATO(Assembly to Order) 방식으로 시대를 주름잡았고, 현재 애플은 디지털 콘텐츠 유통을 위한 디지털(Digital) SCM을 창안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꿨다.

속도와 무재고 혹은 재고 최소화는 공급망관리 전략의 기본이다. 이제는 원칙 이상의 경쟁력을 공급망관리에 추가해야 할 때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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