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일 화요일

‘시동 꺼진’ 도요타…‘고개 숙인’ 아키오

‘시동 꺼진’ 도요타…‘고개 숙인’ 아키오
도요다 아키오(54) 도요타자동차 사장의 고개가 숙여졌다. 작년 하반기 이후 쉼없이 이어지고 있는 리콜 탓이다. 일반적으로 리콜은 제조사가 제품에 대해 마지막까지 책임을 진다는 표시이기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최근 도요타의 리콜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리콜을 결정한 시점이 늦은데다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가속페달 관련 문제로 도요타가 리콜을 실시했거나 앞으로 실시해야 할 차량은 760만대로 추산된다. 심지어 1000만대를 웃돌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품질의 도요타’라는 명성에 치명타를 날리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물론 이번 리콜의 책임이 도요타 아키오 사장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작은 오래 전이었다. ‘가이젠(개선)’과 ‘JIT(Just In Time)’ 등을 핵심으로 하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앞세워 도요타는 2000년대 초부터 글로벌 확장 전략을 구사했다. 그 덕에 지난 2001년 이후 생산능력은 크게 늘었고, 지난 2008년 897만대의 차량을 판매해 GM을 무너뜨리고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하지만 정상의 자리에는 ‘승자의 저주’가 도사리고 있었다.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 품질에 문제가 생겼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세계 1위에 오른 지난 2008년 공교롭게도 도요타는 1938년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냈다.

2009년에도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도요타는 14년 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시대의 막을 내리고 창업주의 증손자이자 현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장남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을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그에 대한 안팎의 기대는 대단했다. 창업주 가문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희망이 의구심으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취임 이후 사정이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위기가 증폭되자 고성능 스포츠카를 선호하는 그의 자동차에 대한 취향까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에 이르렀다.

최근 취임 6개월을 맞아 니혼게이자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6개월 전 바통을 이어받았을 당시 험난한 폭풍우 속에서 아무 것도 모른 채 배를 몰았다면 지금은 배의 크기나 파도의 높이, 선원들의 체력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최악은 지났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는 결과로 말해야 한다. 성과가 없이는 어떤 이야기도 통하지 않는다. 도요다 아키오의 도요타호가 전대미문의 엄청난 파도를 어떻게 넘길지, 그리고 숙여진 그의 고개가 언제 다시 하늘을 향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충희 기자/hamlet@heraldm.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