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 부동산 팔아 주식 산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50평대 아파트에 사는 ‘정윤정’(가명)씨는 최근 3억원 규모의 펀드를 환매하고 전문가가 유망 종목만 골라 투자해 준다는 자문형 랩(Wrap) 상품에 가입했다. 강씨는 투자 목적으로 사놓은 경기도 일산의 30평대 아파트를 팔아 주식 투자 규모를 늘릴 생각이지만 부동산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고민중이다.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전략이 달라졌다. 전체 자산 내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주식 직접투자와 랩 상품 등 공격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를 관통했던 부동산 불패 신화는 서서히 사라지는 모양새다. 돈 냄새를 잘 맡기로 유명한 강남 부자들의 이유 있는 변심인 만큼 재테크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관심가질 대목이다.
헤럴드경제는 10일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12개 주요 증권사(대우, 삼성, 미래에셋, 우리투자, 신한투자, 한국투자, 현대, 대신, 동양, 하나대투, 한화, KB투자) 강남 지점 PB 119명에게 요즘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현황 및 향후 투자 계획’을 물었다.
강남 PB들은 이 지역 부유층들에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일부는 재산을 통째로 도맡아 관리하는 경우도 많아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관심사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본지는 설문에 앞서 PB의 본인의 견해가 아니라 PB들이 상대하는 주요 강남 부자 고객들의 생각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앞으로 부동산을 팔아 주식을 사겠다는 강남 부자들이 확연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부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 내 위험자산 비중을 20~30% 줄여왔지만 향후 1년 이내에는 부동산 자산을 20~30% 줄이고 대신 그만큼 위험자산을 늘린다는 생각을 갖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부자들이 최근 선호하는 상품은 랩(48명), 주식(36명), 주가연계증권(ELS ·17명) 순으로 나타났다. 3~4분기 유망 투자상품으로는 절반 가까이가 주식(58명)을 꼽았다. 랩(24명), ELS(21명), 펀드(8명)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이 유망하다고 꼽은 응답은 1명뿐이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비중 확대는 한국 기업에 대한 믿음이 강남 부자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재정위기, G2(미국ㆍ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한국기업들은 지난 1~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3~4분기 전망도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혜인 하나대투증권 내방역 영업소장은 “강남 부자들은 부동산 가격이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는 정체되거나 빠진다는 쪽으로 보는 반면,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워낙 좋고 내년까지도 전망이 좋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보유중인 부동산을 팔아 주식 등 현금성 자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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