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내 조선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을 '맏형'이라고 부른다.1970년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조선업에 뛰어들어 전 세계 조선해양 수주 1위 기업이란 명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국내 동종 업계에서 든든한 '보루'이자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데서 이 같은 별칭이 붙었다.선주와의 선박 건조가격 협상을 비롯해 철강사와의 선박용 철판(후판) 가격 협상까지 현대중공업의 협상은 조선업계에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 된다.특히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선가가 급락하고 조선업계가 수주 가뭄에 허덕일 때도 현대중공업은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만일 현대중공업이 자존심을 꺾고 저가로 나서면 전 세계 10위 내 조선사를 7개나 둔 한국 조선소의 가격정책은 무너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중공업을 '맏형'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든든한 에이스 수비수로 조선업계의 자존심을 지키는 보루로 국내 조선중공업 업계에서 현대중공업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최근 현대중공업은 대표 업종인 조선사업 중심에서 육상플랜트를 비롯해 건설기계, 전기전자, 신재생에너지, 로봇 등 사업영역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업구조는 △조선 △엔진기계 △해양플랜트 △육상플랜트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풍력,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등 총 7개다. 반도체와 가전, 정보기술(IT) 등으로 구성된 전자업종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처럼 현대중공업도 중공업 분야에서 여러 회사를 한데 묶어놓은 것과 같은 구조다.■계열분리 후 3배 이상 성장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2조40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현대중공업그룹 전체 매출액은 45조735억원에 달한다. 현대중공업만 놓고 보면 지난 2002년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될 당시 7조4000억원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2년 성공적인 위탁경영을 끝으로 현대삼호중공업(당시 한라중공업)을 인수했다. 지난 2008년 하이투자증권, 2009년 현대종합상사, 2010년 현대오일뱅크를 차례로 인수해 그룹의 규모를 키웠다. 직원 수는 현재 4만명 수준이다. 그룹의 정점에 있는 조선·중공업의 성장동력을 바탕으로 정유·석유화학, 무역, 자원개발 등을 아우르는 종합중공업그룹의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현대중공업은 현재 조선부문에선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초로 1700척의 선박을 인도해 세계 1위 조선소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연초 올해 조선·해양 플랜트 수주 목표를 198억 달러로 세웠다. 이중 6월 현재 이미 135억 달러를 수주해 목표 초과 달성이 예상된다.조선산업의 견고한 성장세에도 현대중공업은 최근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사업인 조선 중심의 사업구조에 일대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지난해 조선 부문 매출은 7조8492억원으로 2005년의 5조3224억원 대비 50%가량 늘었지만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4%에서 35%로 줄었다. 그만큼 여타 사업들도 업종 내 '톱'을 달리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어 장기적으로 그룹 전체의 성장성이 높게 평가된다.잘 알려진 해상플랜트와 함께 육상플랜트도 건설플랜트업계에선 이미 입지가 탄탄한 상황이다. 지난 4월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일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준공에 성공했다. 현재 전 세계 19개 현장에서 육·해상 플랜트 공사가 진행 중이며 사업비는 약 170억달러로 집계됐다. 굴착기 등 건설장비 부문 매출도 3조원에 달한다. 올해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러시아, 인도, 중남미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늘려 목표를 4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제1야드 전경.■새로운 도전현대중공업은 조선, 전기전자, 건설기계의 '선전' 속에 로봇, 태양광, 풍력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태양광, 풍력 사업을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로부터 분리, 그린에너지사업본부에서 이를 전담하고 있다. 지난 4월엔 태양광 사업에서 한 가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프랑스 생고방사와 공동으로 출자해 충북 오창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박막 태양전지 공장에 착수한 것. 또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풍력의 본고장 유럽에서 풍력발전기 수주에 성공했다.또 지난 2일엔 로봇분야 세계 '톱3 '진입을 선언하며 울산 본사에서 로봇 신공장을 가동했다. 특히 로봇사업은 현대중공업의 끈기를 보여주는 분야다. 현대중공업이 로봇사업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84년. 당시 국내 산업용 로봇시장은 일본 업체들에 잠식된 상황이었다. 낮은 사업성과 후발업체로서 기술 획득의 어려움은 상당했다. 그런데도 꾸준한 기술개발 결과 현재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산업로봇 독자 개발생산에 성공, 국내 시장점유율 1위(40%)를 달리고 있다. 세계 로봇시장 점유율은 9%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이달 가동되는 울산 신로봇공장은 기존 공장을 이전, 신축한 것으로 종전보다 약 3배 확대된 8250㎡에 건설됐다. 로봇 생산규모는 연간 1800대에서 4000대로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순차적으로 생산능력을 확충해 연간 5000대 규모까지 로봇 생산을 늘린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현재의 자동차 조립 로봇과 액정표시장치 운반용 로봇에서 나아가 의료용 로봇, 반도체·태양전지 로봇 시장 진출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세계 생산거점 확보주요 시장에 대한 생산거점 확보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은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미국에서 변압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올해 12월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의 변압기 생산은 울산공장을 기반으로 유럽(불가리아), 미국 동시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중국 산둥성 타이안시에 건설 중인 휠로더 공장도 중국 내 종합 건설장비 메이커로서 위상을 강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중국에 장쑤성, 베이징시에 굴착기 법인을 두고 있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는 목표는 세계 중공업계 리더로서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경영혁신과 도전으로 미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국내외 생산거점 확보 등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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