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행을 준비하면서, 필리핀 여행을 즐기면서,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필리핀 사람들은
바바에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에는 우리가 여행 중에 본 바바에의 숫자와 똑같은
랄라께(바바에의 상대적인
말로 필리핀 남자를 뜻함. 이하 명칭을 피노이로 통일.)가 있었다. 거리의 호객꾼이나 식당 종업원으로만
기억된 피노이. 이들은
과연 필리핀을 좋아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들 말대로 단순히 친구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매우
귀찮은 존재인가?
필리피노,
친구인가? 귀찮은 존재인가?
우리는 필리핀 여행을 즐기면서 필리피노(이하 피노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바바에만 생각하기도
벅차고 부족한 시간인데 피노이까지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 피노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여행하고 또는 필리핀을
즐기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특별한 존재다. 이들의 존재를 무시했다간 뜻밖의 곤욕을 치루게
된다.
예전에 썼던 어느 글에서 이상한 퀴즈를 하나 낸 적이 있다. 바바에와 사랑에 빠져 연인 관계를 지속하려
하거나 혹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다고 할 때 상대가 필리피나이기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 한 가지를 말하라는 뜬 구름
잡는 식의 문제였다.
이런 막연한 질문에 똑 부러지는 정답이 어디 있겠냐만, 내가 생각한 정답은 ‘필리피노’라는 한
단어였다.
여기에 많은 회원들이 댓글을 통해 알듯말듯한 이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었다. 어떻게 보면
피노이와 우리는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경쟁자일 수 있다. 따라서 자세히 알아 두어야 할 필요도 있는 셈이다.
아니,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 * *
피노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하지만 공통적인 민족성이 있고 대표적인
성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개념으로 볼 때 피노이의 성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바에 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설령 이해는 하더라도 용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다시 위의 전제로
돌아가자.
한 바바에와 사랑에 빠져 좋은 관계, 심지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데 이의 가장 골치 아픈 요소로
등장한 피노이. 이들이 과연
어떻게 등장할까? 피노이들이 여자에게 찝적대는, 시쳇말로 ‘들이대는’ 방식과 노력은 감동적이고
가상하다는 생각을 넘어서
외계인 수준에 가깝다. 시도 때도 없고 남녀는 있어도 노소는 없으며, 여기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매일 꽃을 사들고 바바에 집 앞에 나타나는가 하면 빠짐없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심지어 이미
남자친구나 애인이 있는 바바에
에게는 이간질도 서슴지 않는다. 목적은 오직 ‘쏙쏙’이며, 이것을 위해 모든 짓을 가리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호전적이거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사람들처럼 무서운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바로 피노이들이 그렇다.
여자에게 들이대는 상황에 있어 어떤 부끄러움도, 어떤 자존심도 이들에게는 사치일 뿐이다. 심지어 도덕과
윤리도 없다.
이미 애인이 있는 바바에든, 이미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바바에든 가리지 않는다.
작은 예를 들어보자.
어찌어찌 알게 된 바바에, 이미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바바에를 마음에 두고 주변에 있는 피노이는
시도때도 없이 들이댄다.
어쩌다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면 들이대고, 그래도 안 통한다 싶으면 이간질을 시작한다.
‘네 남편 어제 클럽에서 봤다. 여자들하고 놀더라.’ 이런 식이다. 바바에 생각에 남편이 어제 늦게
들어온 것은 알지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한다.며칠 뒤 피노이는 바바에에게 또 같은
얘기를 한다. 뿐만 아니라
계속 끊임없이 반복한다. 어떤 경우엔 남편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바바에는 답답해진다.
괜히 남편에게 이것저것 캐물으며 바가지를 긁는다. 남편은 차츰 짜증을 낸다. 바바에는 섭섭해진다. 이럴
때도 여지없이
피노이는 들이대고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바바에가 마음이 허전할 무렵, 우연히 연락된 그
피노이에게 자연스럽게 접수(?)
된다. 그 피노이와는 우연히 연락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시도때도 없이 들이댔으니 당연히 그런 기회도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 관계가 시들해지면 그걸로 끝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것이 목적이었으니까.
남편이 뻐젓이 있는 유부녀에게도 이러니 처녀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회원들은 이
표현이 조금 놀랍거나
혹은 지나친,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필리핀 이란 나라는 세계에서 싱글맘(미혼모)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가장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해도 필리핀에 싱글맘이 분명히 많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싱글맘들의 파트너는 누구였을까? 미국인? 유럽인? 아니면 코리안?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인이 파트너인 싱글맘은 많지 않다. 그외 외국인도 많은 수치는 아니다.
필리핀 전국의 싱글맘을 대상으로 본다면 그 수치는 극히 미미한 수치다. 결국 대부분의 싱글맘의 파트너는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 즉 피노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어렵지 않게 금방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다.
* * *
모두가 알겠지만 필리핀 사람들의 꿈은 외국으로 가서 사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의 미래는 포기한
상태이며 그나마 자신들의
미래에 희망을 걸고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바로 ‘외국’이다. 필리핀 사람들 중 적극적인 사람은 자신이
직접 외국으로 가서 일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고 살려는 노력을 하고, 소극적인 사람들은 외국인 배우자를 만나 인생을 고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소극적인 방법도 여자에 국한된 얘기다. 여자들이란 남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유리한 환경이
있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몸을 팔면서라도 인연을 맺을 수가 있다. 그러나 피노이들은 남자라는 특성상 그것도 힘들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그런 꿈을 비슷하게나마 실현하려고 할까? 정답은 외국인 남자와 사귀거나 도움을 받는
바바에를 꼬시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최고의 타겟이 된다.
앞으로 예시하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따지지 말고 각자 읽는 사람이 알고 있는 필리핀 지식의
수준으로 이해하자.
이 얘기들은 매우 과장되었거나 심지어 내가 지어낸 얘기일 수도 있다.
<사례1>
외국인에게 월 100만원씩 서포트를 받는 바바에A가 있다고 치자. 이 바바에에게는 반드시 필리핀
남자친구인 피노이B가 있다.
그 피노이B는 바바에A로부터 한달에 약 50만원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삥뜯어간다.
피노이B가 집으로 돌아가면 한 명의 바바에C가 있다. 이 바바에C에게 한달에 25만원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그 바바에C에게는 또 다른 피노이D가 한 명 기다리고 있다. 그 피노이D는 바바에C에게 매월 12만원을
삥뜯어간다.
이것이 한 사람의 외국인 관광객이 바바에에게 서포트했을 때 일어나는 현지의 상황이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아닐까? 그 판단은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조금 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해보자.
누차 말하지만 이러한 사례들과 이것에 대한 판단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열심히 공상소설을 쓰고 있을 뿐이다.
<사례2>
젊고 건장한 피노이A가 있다. 마닐라의 한 콘도(우리의 아파트)에서 유럽의 한 중년여성과 동거하고
있다.
이른바 계약식 동거다. 피노이A는 동거하면서 한달에 얼마의 돈을 받는다.
그 바로 옆집에는 한 서양인과 동거하는 바바에B가 있다. 이 바바에B 역시 동거의 댓가로 한달의 일정
금액을 서포트 받는다.
여기까지야 조금이라도 필리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신뢰는 가지 않더라도 단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피노이A와 바바에B가 부부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이웃집에서 각자 소포트를 받으면
살아가고 있다면?
그렇다면 이야기의 성격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필리핀에는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는
곳이다.
* * *
예전에 어떤 회원의 게시물에서 한국에 있는 바바에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글이 있었다.
나는 댓글을 통해 ‘한국에 있는 바바에는 이미 바바에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표현했고, 일부 회원들이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댓글을 또 남겼다. 필리핀 현지에서 볼 때는 나름대로 마간다였지만 막상 한국에 바바에가 오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왜소해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고 몇 년이 지나면 우리가 알고 있던 바바에의 순수함은 사라지고
한국인과 비슷한
감성을 가지게 된다. 돈에 대한 단위도 달라져 택시비 100페소에 고마움을 느끼는 그런 바바에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뒤다. 결국 한국에 살고 있는 바바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바바에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바바에와 개인적으로 인연을 만들려고 하기 힘든 가장 큰 그 이유도 바로 이것,
피노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시집와서 살고 있는 많은 바바에들이 있다. 워낙 낙천적이고 순종적인 성격으로 인해 좋은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법도 한데 아주 중요한 걸림돌이 하나 있으니 그것 또한 바로 피노이 때문이다.
피노이들의 ‘들이대기’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바바에가 기혼자이든 미혼이든
그런 것은 따지지
않는다. 그냥 들이댄다. 앞서 설명했듯 집요하게 들이댄다. 온갖 이간질과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부끄러움이란 전혀 느낄 수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 바바에가 조금만 화를 내면 그곳이 길거리든 백화점이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 한국사람에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이런 상대로 인해 바바에는 피노이에게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역시 피노이의 목적은 딱 한가지뿐이다. 쏙쏙이다. 바바에의 인생을 책임지고 평생 동반자로 인생을
살겠다는 숭고한
의미 따위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다. 한국에 시집온 바바에가 한국에 살고 있는 피노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재한
필리핀인 행사나 또는 일요일의 교회다. 여기서 대부분의 '들이대는' 일들이 벌어진다. 바로 이 이유로
인해 나는 한국 사람들이
바바에와 결혼하겠다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 시도때도 없이 들이대는 피노이가 큰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얄팍한 수작에 너무나 쉽게 넘어가버리는 바바에가 더 큰 문제다.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기에는 그 심지가 너무나 얕다.
* * *
집요하고 뻔뻔한 피노이에 대해 몇 가지 특성을 설명했다.
물론 이것이 검증된 사실인지, 지나친 비약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바바에와
친구 이상의 깊은
인연을 맺으려 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 만큼은 확실하다.
다른 막장 드라마를 한 편 선보인다.
이게 내가 지어낸 공상소설이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례3>
어느 한국 관광객이 있다고 치자. 필리핀 현지에서 만난 바바에A와 연인 관계가 되었다. 바바에A는 업소
바바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순수 민간인도 아닌, 이른바 예비군이다. 서로 친해지게 되어 같이 잘 지내던
어느날, 바바에A의 집을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바바에A 의 집 방문을 허락했고, 이후 적당한 날에 바바에A의 집을
방문했다.
마닐라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외곽지역에 자리잡은 바바에A의 집은 전형적인 필리핀 서민의 가정으로, 작은
집에 많은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었다. 바바에의 부모, 할머니, 오빠, 동생, 까신 및 이웃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마친 뒤 해가 기울자
하룻밤 머물고 가기로 했다. 집은 좁고 방은 모자라고... 결국 한방에서 식구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낸다. 나름대로 손님이라고
한쪽 구석에 마치 신방 꾸미듯 바바에A와 같이 잘 공간을 만들어준 식구들. 한방에 모두 모여 있으니
얌전히(?) 하룻밤을 지내고.
필리핀의 시골정서에 흠뻑 취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귀국한다. 여기까지라면 매우 정상적이고 또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다.
반갑게 소개하고 악수를 나눈 오빠라는 인물은 오빠가 아니라 실제 바바에A의 남편이다. 여기서부터 얘기가
복잡해진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나눈 바로 그 피노이 오빠, 한방에서 바바에A를 꼭 껴안고 잠을 잘 때 한쪽
구석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 피노이 오빠. 바로 그 피노이 오빠가 친 오빠가 아니고 남편이라면? 이야 말로 환장하고
뒤집어 질 일 아닌가?
우리식 정서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부러 지어내기도 힘든 상황 아닌가?
이 <사례3>에는 세 명의 피노이가 등장한다.
오빠로 알았던 남편 피노이, 바바에A의 아빠, 바바에A의 남동생이다. 이 이야기가 상상 속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피노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지 가늠이 가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가족이 모두
입을 맞추고 외국인
한 사람을 속이는 것, 이것이 가능한 나라가 필리핀이다. 만약 당신이 알고 지내는,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바바에에게
가끔 전화오는 피노이가 한 명 있다면? 그런데 바바에는 단지 귀찮게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 바바에를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피노이는 당신의 라이벌이 아니다. 당신이 이길 수
있는 부분은 돈 밖에 없다.
돈으로 이길려고 해봐야 두 사람 배만 불러주게 될 뿐이니까. 한국 사람이 바바에를 두고 피노이와
경쟁한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절대로...... 자존심 상하겠지만 이건 사실이다.
바로 그 자존심 때문에 한국 사람이 이길 수 없는 것이니까.
* * *
피노이를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그 사례에는 다양한 피노이가 등장한다.
세 가지 사례를 읽고 그 반응은 읽은 사람들 모두 각각 다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쪽지로 항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있을 것이고, 평범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을 말할 시간이다.
필리핀 여행에 있어서, 특히 바바에와의 인연과 추억에 대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피노이이다.
그 집요한 들이대기와 부끄러움도 모르는 작업에 대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러한 수작에 손쉽게 넘어가는 바바에들이다.그로 인해 나는 개인적으로 바바에와 각별한 인연을 만들려
하거나 결혼을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말린다. 꿈도 꾸지 말라고 주장한다. 필리핀에 대한 나의 모든 경험을 걸고 말리고
싶다.
잘 알아야 잘 즐길 수 있다. 물론 아닌 바바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들이대는 피노이도 분명히 있다.
훨씬 많다.
이 글을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바바에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 또는 이미 바바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이 있고, 알고 나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기분이 나쁠지언정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문제로 고민하다가 바바에를 배우자로
삼아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 우연히 그 정답을 찾았다.
필리핀 바바에와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말에서 나는 그 정답을 찾은 셈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바바에와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나타나 있다. “바바에를 배우자로
데리고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매일 매일, 매 시간마다, 매 분마다, 매 순간마다 같이 살고 있는 바바에 숨소리의
미세한 차이 마저도
인식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같이 살 수 있습니다.”
바바에와 필리핀....
깊게 들어가면 단점만 보인다.
필리핀 사람들은
바바에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에는 우리가 여행 중에 본 바바에의 숫자와 똑같은
랄라께(바바에의 상대적인
말로 필리핀 남자를 뜻함. 이하 명칭을 피노이로 통일.)가 있었다. 거리의 호객꾼이나 식당 종업원으로만
기억된 피노이. 이들은
과연 필리핀을 좋아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들 말대로 단순히 친구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매우
귀찮은 존재인가?
필리피노,
친구인가? 귀찮은 존재인가?
우리는 필리핀 여행을 즐기면서 필리피노(이하 피노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드물다. 그도 그럴
것이 바바에만 생각하기도
벅차고 부족한 시간인데 피노이까지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이 피노이라는 존재는 우리가
여행하고 또는 필리핀을
즐기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특별한 존재다. 이들의 존재를 무시했다간 뜻밖의 곤욕을 치루게
된다.
예전에 썼던 어느 글에서 이상한 퀴즈를 하나 낸 적이 있다. 바바에와 사랑에 빠져 연인 관계를 지속하려
하거나 혹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다고 할 때 상대가 필리피나이기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 한 가지를 말하라는 뜬 구름
잡는 식의 문제였다.
이런 막연한 질문에 똑 부러지는 정답이 어디 있겠냐만, 내가 생각한 정답은 ‘필리피노’라는 한
단어였다.
여기에 많은 회원들이 댓글을 통해 알듯말듯한 이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냈었다. 어떻게 보면
피노이와 우리는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경쟁자일 수 있다. 따라서 자세히 알아 두어야 할 필요도 있는 셈이다.
아니,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 * *
피노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하지만 공통적인 민족성이 있고 대표적인
성향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개념으로 볼 때 피노이의 성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바에 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설령 이해는 하더라도 용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다시 위의 전제로
돌아가자.
한 바바에와 사랑에 빠져 좋은 관계, 심지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데 이의 가장 골치 아픈 요소로
등장한 피노이. 이들이 과연
어떻게 등장할까? 피노이들이 여자에게 찝적대는, 시쳇말로 ‘들이대는’ 방식과 노력은 감동적이고
가상하다는 생각을 넘어서
외계인 수준에 가깝다. 시도 때도 없고 남녀는 있어도 노소는 없으며, 여기에는 모든 수단과 방법이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매일 꽃을 사들고 바바에 집 앞에 나타나는가 하면 빠짐없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심지어 이미
남자친구나 애인이 있는 바바에
에게는 이간질도 서슴지 않는다. 목적은 오직 ‘쏙쏙’이며, 이것을 위해 모든 짓을 가리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호전적이거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사람들처럼 무서운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바로 피노이들이 그렇다.
여자에게 들이대는 상황에 있어 어떤 부끄러움도, 어떤 자존심도 이들에게는 사치일 뿐이다. 심지어 도덕과
윤리도 없다.
이미 애인이 있는 바바에든, 이미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바바에든 가리지 않는다.
작은 예를 들어보자.
어찌어찌 알게 된 바바에, 이미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바바에를 마음에 두고 주변에 있는 피노이는
시도때도 없이 들이댄다.
어쩌다 얘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면 들이대고, 그래도 안 통한다 싶으면 이간질을 시작한다.
‘네 남편 어제 클럽에서 봤다. 여자들하고 놀더라.’ 이런 식이다. 바바에 생각에 남편이 어제 늦게
들어온 것은 알지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니 그러려니 한다.며칠 뒤 피노이는 바바에에게 또 같은
얘기를 한다. 뿐만 아니라
계속 끊임없이 반복한다. 어떤 경우엔 남편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경우도 있다.
바바에는 답답해진다.
괜히 남편에게 이것저것 캐물으며 바가지를 긁는다. 남편은 차츰 짜증을 낸다. 바바에는 섭섭해진다. 이럴
때도 여지없이
피노이는 들이대고 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가 바바에가 마음이 허전할 무렵, 우연히 연락된 그
피노이에게 자연스럽게 접수(?)
된다. 그 피노이와는 우연히 연락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시도때도 없이 들이댔으니 당연히 그런 기회도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그 관계가 시들해지면 그걸로 끝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그것이 목적이었으니까.
남편이 뻐젓이 있는 유부녀에게도 이러니 처녀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이 글을 읽는 회원들은 이
표현이 조금 놀랍거나
혹은 지나친, 극단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필리핀 이란 나라는 세계에서 싱글맘(미혼모)이 가장 많은 나라이다.
가장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해도 필리핀에 싱글맘이 분명히 많은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싱글맘들의 파트너는 누구였을까? 미국인? 유럽인? 아니면 코리안?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국인이 파트너인 싱글맘은 많지 않다. 그외 외국인도 많은 수치는 아니다.
필리핀 전국의 싱글맘을 대상으로 본다면 그 수치는 극히 미미한 수치다. 결국 대부분의 싱글맘의 파트너는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 즉 피노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어렵지 않게 금방 확인할 수 있는 현실이다.
* * *
모두가 알겠지만 필리핀 사람들의 꿈은 외국으로 가서 사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의 미래는 포기한
상태이며 그나마 자신들의
미래에 희망을 걸고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바로 ‘외국’이다. 필리핀 사람들 중 적극적인 사람은 자신이
직접 외국으로 가서 일을
하거나 가정을 꾸리고 살려는 노력을 하고, 소극적인 사람들은 외국인 배우자를 만나 인생을 고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소극적인 방법도 여자에 국한된 얘기다. 여자들이란 남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만날 유리한 환경이
있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몸을 팔면서라도 인연을 맺을 수가 있다. 그러나 피노이들은 남자라는 특성상 그것도 힘들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그런 꿈을 비슷하게나마 실현하려고 할까? 정답은 외국인 남자와 사귀거나 도움을 받는
바바에를 꼬시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최고의 타겟이 된다.
앞으로 예시하는 사례들에 대해서는 진위 여부를 따지지 말고 각자 읽는 사람이 알고 있는 필리핀 지식의
수준으로 이해하자.
이 얘기들은 매우 과장되었거나 심지어 내가 지어낸 얘기일 수도 있다.
<사례1>
외국인에게 월 100만원씩 서포트를 받는 바바에A가 있다고 치자. 이 바바에에게는 반드시 필리핀
남자친구인 피노이B가 있다.
그 피노이B는 바바에A로부터 한달에 약 50만원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 한마디로 삥뜯어간다.
피노이B가 집으로 돌아가면 한 명의 바바에C가 있다. 이 바바에C에게 한달에 25만원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그 바바에C에게는 또 다른 피노이D가 한 명 기다리고 있다. 그 피노이D는 바바에C에게 매월 12만원을
삥뜯어간다.
이것이 한 사람의 외국인 관광객이 바바에에게 서포트했을 때 일어나는 현지의 상황이다.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아닐까? 그 판단은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조금 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해보자.
누차 말하지만 이러한 사례들과 이것에 대한 판단을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열심히 공상소설을 쓰고 있을 뿐이다.
<사례2>
젊고 건장한 피노이A가 있다. 마닐라의 한 콘도(우리의 아파트)에서 유럽의 한 중년여성과 동거하고
있다.
이른바 계약식 동거다. 피노이A는 동거하면서 한달에 얼마의 돈을 받는다.
그 바로 옆집에는 한 서양인과 동거하는 바바에B가 있다. 이 바바에B 역시 동거의 댓가로 한달의 일정
금액을 서포트 받는다.
여기까지야 조금이라도 필리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 신뢰는 가지 않더라도 단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피노이A와 바바에B가 부부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이웃집에서 각자 소포트를 받으면
살아가고 있다면?
그렇다면 이야기의 성격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필리핀에는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하는
곳이다.
* * *
예전에 어떤 회원의 게시물에서 한국에 있는 바바에와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글이 있었다.
나는 댓글을 통해 ‘한국에 있는 바바에는 이미 바바에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표현했고, 일부 회원들이 그
이유를 알고 싶다는
댓글을 또 남겼다. 필리핀 현지에서 볼 때는 나름대로 마간다였지만 막상 한국에 바바에가 오면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왜소해
보이게 마련이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고 몇 년이 지나면 우리가 알고 있던 바바에의 순수함은 사라지고
한국인과 비슷한
감성을 가지게 된다. 돈에 대한 단위도 달라져 택시비 100페소에 고마움을 느끼는 그런 바바에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뒤다. 결국 한국에 살고 있는 바바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바바에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바바에와 개인적으로 인연을 만들려고 하기 힘든 가장 큰 그 이유도 바로 이것,
피노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시집와서 살고 있는 많은 바바에들이 있다. 워낙 낙천적이고 순종적인 성격으로 인해 좋은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법도 한데 아주 중요한 걸림돌이 하나 있으니 그것 또한 바로 피노이 때문이다.
피노이들의 ‘들이대기’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바바에가 기혼자이든 미혼이든
그런 것은 따지지
않는다. 그냥 들이댄다. 앞서 설명했듯 집요하게 들이댄다. 온갖 이간질과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
부끄러움이란 전혀 느낄 수도 없고 자존심도 없다. 바바에가 조금만 화를 내면 그곳이 길거리든 백화점이든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 한국사람에게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이런 상대로 인해 바바에는 피노이에게 쉽게 넘어간다.
그러나 역시 피노이의 목적은 딱 한가지뿐이다. 쏙쏙이다. 바바에의 인생을 책임지고 평생 동반자로 인생을
살겠다는 숭고한
의미 따위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다. 한국에 시집온 바바에가 한국에 살고 있는 피노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재한
필리핀인 행사나 또는 일요일의 교회다. 여기서 대부분의 '들이대는' 일들이 벌어진다. 바로 이 이유로
인해 나는 한국 사람들이
바바에와 결혼하겠다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 시도때도 없이 들이대는 피노이가 큰 문제로 보이지만, 사실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얄팍한 수작에 너무나 쉽게 넘어가버리는 바바에가 더 큰 문제다.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기에는 그 심지가 너무나 얕다.
* * *
집요하고 뻔뻔한 피노이에 대해 몇 가지 특성을 설명했다.
물론 이것이 검증된 사실인지, 지나친 비약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바바에와
친구 이상의 깊은
인연을 맺으려 할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하는 중요한 변수라는 점 만큼은 확실하다.
다른 막장 드라마를 한 편 선보인다.
이게 내가 지어낸 공상소설이든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례3>
어느 한국 관광객이 있다고 치자. 필리핀 현지에서 만난 바바에A와 연인 관계가 되었다. 바바에A는 업소
바바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순수 민간인도 아닌, 이른바 예비군이다. 서로 친해지게 되어 같이 잘 지내던
어느날, 바바에A의 집을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바바에A 의 집 방문을 허락했고, 이후 적당한 날에 바바에A의 집을
방문했다.
마닐라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외곽지역에 자리잡은 바바에A의 집은 전형적인 필리핀 서민의 가정으로, 작은
집에 많은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었다. 바바에의 부모, 할머니, 오빠, 동생, 까신 및 이웃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마친 뒤 해가 기울자
하룻밤 머물고 가기로 했다. 집은 좁고 방은 모자라고... 결국 한방에서 식구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낸다. 나름대로 손님이라고
한쪽 구석에 마치 신방 꾸미듯 바바에A와 같이 잘 공간을 만들어준 식구들. 한방에 모두 모여 있으니
얌전히(?) 하룻밤을 지내고.
필리핀의 시골정서에 흠뻑 취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귀국한다. 여기까지라면 매우 정상적이고 또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 또 다른 변수가 등장한다.
반갑게 소개하고 악수를 나눈 오빠라는 인물은 오빠가 아니라 실제 바바에A의 남편이다. 여기서부터 얘기가
복잡해진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나눈 바로 그 피노이 오빠, 한방에서 바바에A를 꼭 껴안고 잠을 잘 때 한쪽
구석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 피노이 오빠. 바로 그 피노이 오빠가 친 오빠가 아니고 남편이라면? 이야 말로 환장하고
뒤집어 질 일 아닌가?
우리식 정서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부러 지어내기도 힘든 상황 아닌가?
이 <사례3>에는 세 명의 피노이가 등장한다.
오빠로 알았던 남편 피노이, 바바에A의 아빠, 바바에A의 남동생이다. 이 이야기가 상상 속 소설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피노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지 가늠이 가능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 가족이 모두
입을 맞추고 외국인
한 사람을 속이는 것, 이것이 가능한 나라가 필리핀이다. 만약 당신이 알고 지내는,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바바에에게
가끔 전화오는 피노이가 한 명 있다면? 그런데 바바에는 단지 귀찮게 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그 바바에를 포기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 피노이는 당신의 라이벌이 아니다. 당신이 이길 수
있는 부분은 돈 밖에 없다.
돈으로 이길려고 해봐야 두 사람 배만 불러주게 될 뿐이니까. 한국 사람이 바바에를 두고 피노이와
경쟁한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절대로...... 자존심 상하겠지만 이건 사실이다.
바로 그 자존심 때문에 한국 사람이 이길 수 없는 것이니까.
* * *
피노이를 설명하기 위해 세 가지 사례를 들었다. 그 사례에는 다양한 피노이가 등장한다.
세 가지 사례를 읽고 그 반응은 읽은 사람들 모두 각각 다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고 쪽지로 항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사람도
있을 것이고, 평범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결론을 말할 시간이다.
필리핀 여행에 있어서, 특히 바바에와의 인연과 추억에 대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피노이이다.
그 집요한 들이대기와 부끄러움도 모르는 작업에 대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러한 수작에 손쉽게 넘어가는 바바에들이다.그로 인해 나는 개인적으로 바바에와 각별한 인연을 만들려
하거나 결혼을
생각한다면 적극적으로 말린다. 꿈도 꾸지 말라고 주장한다. 필리핀에 대한 나의 모든 경험을 걸고 말리고
싶다.
잘 알아야 잘 즐길 수 있다. 물론 아닌 바바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들이대는 피노이도 분명히 있다.
훨씬 많다.
이 글을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지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바바에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 또는 이미 바바에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한국사람들에 대한 걱정과
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세상에는 알아야 할 것이 있고, 알고 나서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기분이 나쁠지언정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문제로 고민하다가 바바에를 배우자로
삼아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하는 지 우연히 그 정답을 찾았다.
필리핀 바바에와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말에서 나는 그 정답을 찾은 셈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바바에와 만나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나타나 있다. “바바에를 배우자로
데리고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매일 매일, 매 시간마다, 매 분마다, 매 순간마다 같이 살고 있는 바바에 숨소리의
미세한 차이 마저도
인식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같이 살 수 있습니다.”
바바에와 필리핀....
깊게 들어가면 단점만 보인다.